신나게 놀고

햄스터 가출 사건

부르릉방방 2020. 7. 5. 21:00

올해 3월 햄스터를 데려왔다.

갓 태어난 저글링.

작은 찹쌀떡만한 크기.

아이가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 하는 것을 햄스터로 타협.

이름은 벨라로 지었다.

 

아이가 햄스터에게 쓴 편지

아이가 햄스터 이름을 지어주고, 편지를 써서 집에 붙여주었다.

사진 찍으러 떼다가 찢어졌다. ㅜㅜ

"벨라에게 3월 17일 2020년 화요일. 사랑해 와조서 고마워. 너에게는 네가(내가) 있어. 두려워하지마. 네(내) 이름은 최라온 널 조아해"

7살. 아직 맞춤법이 서툴다.

그런데 햄스터가 3월에 와서 벌써 두번째 가출을 했다.

첫 번째는 아이가 먹이주고 문닫는걸 깜박.

두 번째인 이번은 가출 한지도 몰랐다.

자다 물 마시러 나왔는데 옆에서 뭐가 쪼르르 지나가는 거다.

응? 뭐지? 잘못봤나? 응?

짧은 시간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무섭기도 했다. ㅋㅋㅋㅋ

알고 보니 햄스터.

어어 하다가 사라졌다. ㅠㅠ

 

알고보니 쇼생크 탈출! 

플라스틱 케이지 구석을 갉아 구멍을 낸거다!

그동안 햄스터 케이지에서 소리나던게 쳇바퀴 돌리는 소리가 아니라, 케이지 구석을 갉아대는 소리였다니!!!

 

햄스터가 갉아낸 구멍. 햄스터판 쇼생크 탈출.

케이지 옆에 부속으로 붙어 있는 별채 같은 곳인데, 언젠가부터 이곳에 자주 머물렀는데 이런 이유가 있었을 줄이야.

햄스터가 가출한 김에 케이지 청소를 했다.

청소를 안 해줘서 가출한 건가 싶기도 해서.

가출한 햄스터가 돌아오길 믿으며.

 

톱밥, 모래 갈아주고, 케이지와 쳇바퀴 등을 물로 씻어주고, 구멍 뚫린 별채는 같은게 있어서 교환.

별채로 가는 디딤대는 철거.

별체 출입금지다.

 

이제 햄스터만 돌아오면 된다.

 

이전 가출에선 따뜻한 냉장고 아래에서 발견했는데, 이번엔 날이 더워서인지 냉장고 아래엔 흔적도 없다.

햄스터는 따뜻하고 구석진 곳을 좋아해서, 여름 말고는 따뜻한 냉장고 아래 같은데 잘 숨는다고 한다.

자발적 귀환을 바라지만, 복귀에 도움이 되도록

탈출에 사용한 디딤대를 사용해 트랩을 설치해봤다.

 

먹이를 찾는 햄스터가 디딤판의 먹이를 먹으며 곤충 채집통 안으로 들어갈 야심 찬 트랩.

과연 이 트랩은 와이프의 콧방귀를 극복하고 성공할 것인가!

햄스터 복귀를 위한 디딤판과 곤충채집통을 이용한 트랩

야심찬 트랩의 성공을 기원하며 잠자리에 누웠다.

이 트랩은 햄스터가 트랩으로 먹이를 먹으러 와야 한다.

다른 곳에 먹이가 있으면 안 된다.

 

문득 생각난 아이가 가지고 놀던 콩.

놀이방에 콩이 있다.

콩을 치워야겠다.

가출에서 돌아온 햄스터

햄스터가 돌아왔다.

과연 트랩의 성공?!

 

트랩은 써보지도 못했다.

 

아이 놀이방에 콩을 치우러 가보니,

햄스터가 열심히 콩을 먹다 깜짝 놀라 얼음이 돼있다.

쇼생크 대탈출 하루 만에 놀잇감 콩 먹다 비자발적 복귀.

아이가 반기며, 아빠 최고를 외친다.

뿌듯하다.

 

동물을 키우는 건 아이들 정서 발달에 도움이 된다.

특히 외동인 아이는 동물을 동생이라 부르며 애정을 준다. 

 

햄스터 종류 중 저글링은 작고 귀여운 반면 사람 손에 올라와서 노는 핸들링이 잘 안되는데,

우리 햄스터는 핸들링이 잘돼서 상호 교감이 좋다.

 

상호 교감은 강아지가 좋지만 낮시간에 집을 비우는 환경에서 강아지 입양은 어렵다.

강아지가 상호 교감이 좋은 만큼, 강아지에게 교감해 줄 대상도 늘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강아지 두 마리 키울 엄두는 안 나니 포기.

 

햄스터도 한 마리만 키우면 외로우니, 두 마리 키워야 하나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햄스터는 영역 동물로 같은 공간에 다른 햄스터가 있으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돌아온 햄스터. 퇴출된 디딤판.

햄스터가 집을 나가면 구석에 잘못 들어가 끼여서 죽거나 굶어 죽는 경우가 있다.

와이프 어릴 적 그런 경험이 있어, 햄스터가 가출하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한다.

두 번의 가출에서 모두 내가 귀가시켰다.

첫 번째 귀환엔 와이프가 열렬히 환호했다.

이번엔 이전만 못하다.

이 전번엔 가출이 며칠간 이어졌지만, 이번엔 하루 만에 귀가해서 인가.

며칠 있다 귀가시킬걸 그랬나 싶기도 하다.

비장의 트랩도 시험해 볼 겸.

그래도 빠른 평화 회복에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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