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마시고

[을지로] 도리방 - 흔한 새, 하지만 흔하지 않은 참새구이

부르릉방방 2020. 7. 4. 01:48

을지로입구역과 종각역 중간쯤 청계천 옆 1층에 자그마한 꼬치구이집이 있다.

이곳에서 일상적으로 접하지 못하는 "참새구이"를 판다.

참새구이 가격은 그때 그때 다르다. 모듬꼬치 정도 가격으로 생각하면 된다.

2015년 요리 경연프로 한식대첩 시즌2 보양식 편에서 경북 참가자가 참새죽을 가지고 나왔었다.

그때 참새 머리를 자르고 요리하는걸 보고 심사위원이 참새는 머리에 영양분이 다 있는데... 하면서 안타까워했다.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최하위를 하긴 했다.

참새는 머리를 먹는 음식이다.

그래서 메추리구이보다 비주얼이 좋지 못하다.

비위가 약한 사람은 보는 것만으로 질겁을 한다.

어릴 적 외가에서 삼촌이 공기총 들고 참새 사냥 가는 걸 따라 간 기억이 어렴풋이 있다.

그 추억 때문인지, 특이해서 인지 나는 참새구이를 좋아한다.

하지만 주변에 좋아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래서 을지로나 종로에서 술을 마시면 1차로 거하게 취했을 때 일행을 데려가곤 한다.

평소에 먹어보지 못하는 특이한 음식을 먹어보자며.

모듬 꼬치구이

하지만 이곳에 간다고 해서 늘 참새구이를 먹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참새는 포획 기간에만 잡을 수 있다.

포획기간은 지자체마다 달라서 참새구이가 있는 날도 랜덤이다.

포획기간이 아닐 때는 메추리구이나 모둠꼬치를 먹는다.

겨울에는 따끈한 청주와 먹으면 맛이 일품이다.

한여름에 따끈한 청주라니 괜스레 더 덥다.

참새구이, 한마리에 4천원 꼴이다.

참새구이는 머리를 떼지 않고 굽기 때문에 비주얼이 과히 좋지 못하다.

머리와 뼈째 먹기 때문에 식감 또한 독특하다.

공급이 충분하지 않기에 가격 또한 비싼 편이다.

그럼에도 일상적이지 않은 독특한 음식이 주는 신선함과 추억을 자극하는 향수가 있다.

아래 사진은 너무 적나라하다.

비위가 약한 분은 스크롤을 내리지 마시길.

와이프는 이 사진을 올해 본 최고의 혐짤이라고 했다.

처음엔 별생각 없었는데, 지금 글을 쓰며 큰 화면으로 보니 좀 그렇기는 하다.

형광등 조명이 푸르스름하게 나와서 더 그런 듯하다.

참새구이. 비주얼이 좀 그렇다. 조명때문에 더 그런듯.

참새의 유명한 이야기는 마오쩌둥의 손가락과 참새가 있다.

1950년대 중국 대약진운동이 있었다.

1958년 농촌 순방 중 곡식을 쪼아 먹는 참새를 보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한마디 한다.

"해로운 새다."

그 한마디로 참새 소탕작전이 시작되어 2억 마리의 참새가 사라진다.

그 결과는 1960년까지 4천만 명이 굶어 죽는 대기근이 일어난다.

참새는 곡식만 쪼아 먹는 게 아니라 해충도 잡아먹는데,

참새가 사라지니 해충이 기승을 부려 유례없는 대흉년이 발생한 것.

4천만 명이면 웬만한 나라 하나 사라진 격인데 중국 정도 인구라서 버틸 수 있었을 듯하다.

하나의 현상으로 전체를 판단하는 일은 참 무섭고 무모한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마오쩌둥이 권력 일선에서 물러났으니, 여러 가지로 대단한 참새다.

마오쩌둥의 손가락, 영웅의 손가락 등으로 불리는 일화다.

마오와 인연 깊은 참새 안주 삼아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마오쩌둥의 손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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