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 - 인도, 네팔, 태국

[2009.11.11~2010.02.04] 가이드북 한권 들고 떠난 인도 배낭 여행

부르릉방방 2020. 7. 3. 23:43

분철한 가이드북, 수첩

가이드북 한권 들고 떠났던 2009년 11월 11일 ~ 2010년 2월 4일, 86일간 여행 기록을 10년 만에 정리한다.

 

지금 생각하면 현재 일상과 너무 다른 그 시간이 꿈인듯 현실감 없이 느껴질 정도다.

 

 

꽤 오랜 시간 준비하던 시험을 그만 두기로 하고 결정한 인도 배낭여행이었다.

 

본래 호주나 중국을 가려 했다가 인상 깊게 읽었던 한비야의 "지도밖으로 행군하라",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바퀴반", 류시화 "하늘호수로 떠난 여행"이 문득 생각났었다.

 

한비야가 어느 책에서 썼던 "인도에서 한걸음 마다 나의 욕심 한움큼씩 버리고 왔다." 이 비슷한 문구가 인도 배낭여행을 결정하게 했다.

 

인도 여행 전에 갔던 해외 여행은 주로 유럽이나 북미 선진국이었고 삶의 눈높이가 많이 올라가 있었다.

 

시험을 포기한 상황에서 삶의 눈높이를 낮추고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욕심을 버리기 위한 여행이어서 가장 저렴한 숙소와 식사를 찾아 다녔고 왠만한 거리는 걷거나

당시 여행자들은 거의 이용하지 않던 시내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했다.

 

 

덕분에 가이드북에 나오지 않는 지역 시장, 거리, 공원을 많이 가볼 수 있었다. 

 

특히 바라나시의 한 공원에서 아이들과 크리켓을 했던게 기억에 남는다.

 

 

또 하나의 이유는 허영만의 어느 여행기 만화에서 보았던 안나푸르나였다.

 

그 만화를 보고 안나푸르나를 보는게 인생 로망 중 하나였는데,

포기한 시험이 잃어버린 로망이라면, 이루는 로망도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땐 왠지 안나푸르나가 무척 보고 싶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안나푸르나를 오를 생각에 연습이라 생각하고 북한산을 올랐다.

 

안나푸르나에 오를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

 

그 힘들던 북한산이 여행 후에 올랐을땐 뒷산처럼 가뿐했던 기억이 인상적이었다.

 

 

더욱 인상적인건 그 가뿐하던 북한산이 두어달 뒤엔 다시 힘들어진 것이다.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구나 싶었다.

 

 

나중엔 강변북로 옆 봄이면 개나리가 만발하는 해발 81m 응봉산을 오르는 것도 힘들더라. 

 

응봉마운틴. 충격이었다.

 

45리터 배낭과 보조가방

면티 2장, 셔츠1장, 바지 2벌, 점퍼1벌, 침낭 하나, 가이드북 한권.

 

45리터 배낭이 여행을 떠날땐 10kg 정도 였는데, 여행을 하며 점점 늘어나 여행 후반엔 20kg 정도를 짊어지고 다녔다.

 

 

이 배낭은 여행 내내 자신의 용량 이상을 감당하며 애를 썼고, 결국 여행 중반에 어깨끈 연결부위가 뜯어져 수리를 했다.

 

인도 거리에서 배낭 수리도 특이한 경험이었다.

 

 

왠만한 거리는 배낭을 짊어지고 걸어다녔는데, 용량 이상을 감당한건 배낭뿐 아니었던건지,

지금의 잦은 요통은 이 때 시작된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젊어 고생은 늙어 신경통인가...

 

배낭여행 이후에 꽤 오랫동안 몸이 힘들거나 컨디션이 많이 않좋으면, 엄청 무거운 배낭을 매고 일어나려고 애쓰는 꿈을 꾸곤했다.

 

여행 동안 몸이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

 

 

욕심을 버리기 위해 떠난 이 여행에서 가장 크게 느꼈던건, 아이러니 하게도 돈이 주는 편의이었다.

 

나름 극한까지 몰아가며 소비를 줄인 여행을 하다, 소비를 늘렸을때의 그 쾌적함과 안락함은 강렬했다.

 

수십일을 허리 부분이 꺼진 침대가 있는 도미토리에서 집단 숙박하다 1인실에 숙박했을때의 느꼈던 안락함.

 

그 느낌은 십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돈이 있다고 행복한건 아니지만, 돈이 없으면 불편하다. 그리고 불편하면 행복하기 쉽지않다.

 

욕심을 버리러 간 여행에서 한걸음마다 한비야가 버리고간 욕심을 주워담고 다닌게 아닌가 싶었다.

 

 

그래도 인도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경유지 태국 방콕에서 생활 여행자로 사는걸 진지하게 고민했던걸 생각하면,

삶을 바라보는 기준과 시각이 많이 변했던것 같다. 

 

돈이 없으면 불편하지만, 그 불편의 기준이 좀 달라졌달까.

 

 

홀로 배낭여행을 하며, 많은 곳을 가고, 보고, 만나고, 생각하며 느꼈던 것들을 이번 기회에 다시 정리해 보려한다.

 

지금은 다시 가기 어려울 그 여행 기록을 정리하며 다시 한번 떠올려 보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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